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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타임즈 <우리는 디지털을 모르고 디지털은 우리를 모른다(We do not know digital and digital does not know us)>


전시장소(Place) : 봄 2전시실(Bom 2nd exhibition room)

전시일정(Period) : 2020.9.18~10.8

참여작가(Artist) : 시리얼타임즈(C.Real Times) - 강민준, 김민경, 송천주



 

< 나아가면 흉하지만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 >


반시안

동양사상의 근본이 되는 주역(周易)에는 64개 괘가 있다. 그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괘는 화수미제(火水未濟) 괘다. 화수미제에는 강변 앞에 선 새끼 여우가 등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린 여우는 깊이를 모르기 때문에 과감히 강을 건너려다가 결국 반대편에 도착하지 못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강을 건너지 못하는 상태로 64괘 주역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며 완성되지 못했음에도 화수미제는 나아감으로써 형통하다고 풀이한다. 이는 곧, 삶은 성공 혹은 미완성이라는 한 상태로 끝나는 게 아님을 시사한다. 우주와 지구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원히 행복이 지속되는 이데아 상태에 도달하려고 하는 건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다. 자연에서는 완성 혹은 미완성은 없다. 매 순간 들어오고 머물다가 나가는 변화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디지털을 모르고 디지털은 우리를 모른다> 전시 제목은 이제니 시인의 시,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에서 차용했다. 모른다는 건 무지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정의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의하지 않음은 고정된 의미에 붙들리거나 단일한 목소리로 포장되는 것을 경계하며, 매 순간, 의미를 유보하고, 오로지 의미의 유보 과정으로만 세계에 주관적인 감정을 내려놓으려는 시도이다. 어린 여우가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은 채 주역이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리얼타임즈는 디지털에 관한 정의를 유보함으로써 가상 공간 안에서 언제나 다르게 형성되는 사건과 발화되는 언어를 열린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본다. 때문에 동시대 움직임을 단지 매체나 기계 탓으로 단정하지 않고 본질적인 우리 삶의 방식과 감각을 되돌아본다.

공감각은 어떤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 감각을 일으키는 일이다. 학창 시절 배운 ’푸른 종소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시리얼타임즈 강민준은 이번 전시에서 공감각을 통한 감각의 확장을 이야기한다. 시각을 차단하고 청각에 의존해 공간을 인지해야 하는 그의 작업은 마치 박쥐가 된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공감각이라는 확장된 감각을 전자 신호로 일깨워 인간을 넘어 타 생물체와도 교감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디지털은 들뢰즈의 ’~되기‘를 실천함으로써 종적 횡단을 형성하는 교량이 되는 게 않을까. 강민준 작업 속 디지털은 무한한 의미의 감각 확장과 잠재적 대상으로 거듭난다.

김민경은 상하좌우 뒤집은 무의식 포터(porter)를 만들어 의식적 움직임과 무의식적 움직임을 탐구한다. 여기서 무의식은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이나 꿈속 상태 아닌, 자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인간이 유아기부터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동화 처리해 익숙한 행동을 하는 습관적 움직임을 말한다. 기계를 머리에 쓰고 눈앞 화면을 보며 움직이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통해 관객을 ‘거꾸로 뒤집힌 세계’로 불러들이는 그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식 주체로서의 몸 즉, 현존하며 세상과 교감하는 '몸'을 다시 인지하게끔 한다. 송천주는 코로나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개인적인 병으로 수 개월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때 모니터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이 느꼈던 바를 이미지와 설치 작업을 통해 전달한다. 근대 이후 수학적 언어를 활용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가상 세계‘는 실험실과 같은 무균과 무중력 상태를 기본값으로 취한다. 실제 같지만 3D 모델링을 통해 창작한 송천주의 작업은 모든 박테리아와 세균이 멸균된 진공 상태와 같다. 그의 작업은 현실 도피 수단으로써 가상이 아닌, 가상 세계에서 만나는 게 기본값이고 신체적 교류는 선택 사항이 되는 코로나 시대가 떠오른다. 현실에서->가상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가상에서->현실을 생각해보도록 그 전제를 뒤엎는 것이다.

시리얼타임즈의 전시에서 디지털은 ‘도구’를 넘어 감각 횡단이 이루어지는 다리, 의식과 무의식을 터널처럼 오갈 수 있는 포터,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 등 무한한 의미로 거듭난다. 어린 여우가 앞으로 나아가면 흉하지만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선인의 지혜를 현대식으로 해석해본다. 디지털도 마찬가지로 정의 내리거나 도구로 단정하지 않는 불안을 안고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몰락의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드는 가능성을 열 수 있지 않을까. 니체의 말을 빌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전시이력


2020 Color? Color! Do? Do!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 울산)

2019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ICT 문화융합센터, 판교)

2019 잔상 (안산어촌민속박물관, 아산)

2019 wHat (성남아트센터, 성남)

2018 빛의 파라다이스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8 DMZ Peace Platform (DMZ, 파주)

2018 이아 International Inter-media Art Project (아트스페이스 이아, 제주)

2018 미디어 아트전_빛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춤추다 (성남아트센터, 성남)

2018 이미지를 거닐다 (송도트라이볼, 인천)

2018 스포츠와 미술놀이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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