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소(Place) : 행궁솜씨 골목갤러리(Haenggung-Somssi Alley Gallery)
전시일정(Period) : 상설전시
참여작가(Artist) : 라켈 셈브리(Raquel Schembri)
기획의도
라켈 셈브리(브라질, 1984~2016)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행궁동을 수차례 방문하며 대안공간 눈에서 진행한 여러 마을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입니다. 그녀가 남기고 간 벽화들은 2016년 개발업자의 유입으로 인해 대부분 훼손되었으며, 안타깝고 공교롭게도 그녀는 그 해에 브라질에서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떠나고 수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녀가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기고간 예술적 영감과 행궁동에 대한 사랑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2014년 "국제협업아트프로젝트 -신화와 예술 맥놀이"에 참여하면서 남기고간 라켈 셈브리의 로그북 원화를 통해 행궁동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노트(Artist Note)
“사랑하는 나의 행궁동”에 대하여
팔달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에 저는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화성 성곽 외부의 수많은 현대식 건물들과 잿빛 풍경들이 성과 내부에 있는 오래된 주택들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때, 성곽이 행궁동을 품에 꼭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두 팔로 안아 지켜 주는 듯이, 물론, 이곳에서도 세상이 변해가는 것을 저는 압니다.
피할 수 없는 발전으로부터 균형을 찾아 이루는 것이 가능할ᄁᆞ요? 아름다운 전통을 지키고 현대화 과정 속에서 우리 자신과 자연을 존중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새로운 방식의 사고와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기문화재단과 대안공간 눈의 ‘신화와 예술 맥놀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신화에 관한 주체에 흠뻑 접하게 되면서, 이 책이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책과 함께 생각을 되새기고 더 좋은 변화가 생겨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로그북 텍스트(시)
사랑하는 나의 화성
사람들은 화성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것이 있어요.
지금도, 화성이 품안의 존재들을 소중히 지키고 있다는 것을
많은 것들로부터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이 곳 성 안은 달라요. 시간도 다르게 흘러간답니다.
성 밖의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가요.
성 밖에서는 하루하루가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이야기들도 쳇바퀴같이 도는 데
성곽은 점점 쇠약해져요.
자연의 파괴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서
소음은 점점 커져가고,
배려하고 나누는 일도,
창의력도 줄어들고.
앞으로 또 앞으로만.....
현대화
사람들도, 나무들도 뿌리를 잃어가고
나약하고 천박하게
행궁동을 밀치고 들어오는 현대도시
오래된 주택과 이야기들 사이로 잠식해오는
자연, 현대화, 그리고 우리
누가 누구를 필요로 하는건지?
팔달산 또한 화성의 조력자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나무들은 소중한 이야기를 알려주고
새들은 길을 알려 주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귀조차 기울이지 않는데,
그래도 그들은 거기에 있습니다. 여전히 생명과 이야기를 창조하면서
바람과 함께
어둠과 더불어
그렇게 화성은 끝없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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